소셜벤처 공동 창업자 간 브랜딩 방향성 불일치 해결법
소셜벤처는 사회 문제 해결을 중심에 두는 조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 정체성과 메시지는 기업의 외형을 넘어서 ‘신념’과 ‘철학’의 문제로 연결된다. 일반 스타트업이라면 마케팅 관점에서 브랜딩이 정의되지만, 소셜벤처에서는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브랜딩의 출발점이 된다. 이런 철학적 기반 위에 세워지는 소셜벤처에서는 공동 창업자 간의 방향성 불일치가 더 민감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은 지역 공동체와의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다른 사람은 전국 확산과 기술 중심의 스케일업을 중시한다면, 콘텐츠 전략, 파트너 선정, 비주얼 디자인까지 충돌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심지어 브랜드 슬로건 한 줄을 두고도 해석이 갈린다. “작은 변화가 세상을 바꿉니다”라는 문장을 두고, 한 창업자는 ‘시민 참여’를 강조하고 싶어 하고, 다른 창업자는 ‘기술을 통한 혁신’으로 해석하는 상황. 이렇게 되면 캠페인 기획, 광고 문구,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전반이 일관성을 잃게 된다. 이 문제는 단순한 마케팅 갈등이 아니라, 조직 철학의 균열로 이어지기 쉽다.
소셜벤처는 브랜딩 철학을 구두가 아닌 ‘문서’로 된 가이드 라인 필요
많은 소셜벤처가 브랜딩을 ‘감각’으로 접근한다. “우리 느낌은 이거야”, “이건 좀 우리답지 않아” 같은 추상적인 대화로 브랜드의 방향이 결정된다. 초기에는 창업자끼리의 케미로 이런 접근이 가능할지 몰라도, 조직이 커지고 외부 협업이 늘어나면 반드시 문제에 봉착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브랜딩 철학을 구체적 문서로 정리해야 한다. 단순한 비전 문구가 아니라,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 말투, 색상, 표현 방식, 타겟 정의, 금기 언어까지 포함된 브랜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포함할 수 있다:
- 브랜드 핵심 메시지: “우리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 커뮤니케이션 톤: “따뜻하고 대화하듯 말하지만, 전문성을 유지함”
- 콘텐츠 원칙: “고객에게 지시하거나 압박하지 않는다. 행동을 제안한다”
- 디자인 규칙: “컬러는 자연 기반 팔레트만 사용. 감정 과잉 배제”
이런 문서는 말로는 전달할 수 없는 뉘앙스를 시각화하고 구조화해준다. 또 중요한 것은 ‘1회성 작성’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의 흐름, 고객 피드백, 내부 구성원의 성장에 따라 브랜드의 방향은 유연하게 변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문서가 존재할 경우, 브랜딩 관련 의견 차이가 생겼을 때 논리적인 기준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주관적인 감정 대신 공동의 약속으로 의사결정을 정리하는 구조는 조직의 감정 소모를 줄이고,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협업 안정성도 높인다.
소셜벤처는 공동 창업자 간 역할과 브랜드 권한을 나눠야 한다.
많은 소셜벤처가 ‘일은 나눴지만, 결정은 같이 한다’는 모호한 구조로 브랜딩 갈등을 키운다. 예를 들어, A는 마케팅 총괄, B는 사업 개발 담당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브랜드 캠페인 하나를 기획할 때 누가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가 불분명하면 매번 충돌이 발생한다. 소셜벤처는 감정적 결속이 강한 경우가 많아서, 의사결정 구조가 ‘우리가 서로 이해하니까 괜찮겠지’ 수준으로 운영되곤 한다. 그러나 브랜드는 철저히 시스템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따라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다음과 같다:
- 공동 브랜드 총괄 영역을 분할한다. 예: A는 콘텐츠, B는 외부 협업 브랜딩
- 세부 콘텐츠의 검토 프로세스를 정한다. 예: SNS 게시 전 1인 검수 + 가이드라인 적용
- 월 1회 ‘브랜드 정합성 점검 미팅’을 통해 어긋난 부분을 조정한다
이와 같은 구조를 만들면 브랜딩 방향이 명확하게 흐르며, 창업자 간 감정적 충돌을 시스템이 흡수하게 된다. 또한 향후 마케팅 담당자나 디자이너, 콘텐츠 매니저가 들어올 때도 브랜딩 일관성이 쉽게 유지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브랜딩은 개인의 개성이 아니라, 고객과의 약속’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창업자 모두가 브랜드를 개인의 표현 수단이 아닌, 조직의 전략적 자산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소셜벤처는 브랜딩 갈등을 성장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갈등은 나쁜 것이 아니다. 특히 창업자 간의 의견 충돌은 브랜드가 자라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중요한 건 갈등을 숨기거나 방치하지 않고, 브랜드 리빌딩의 신호로 해석하는 자세다. 브랜딩은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일정한 간격으로 리셋하고 리디자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많은 소셜벤처는 브랜드 워크숍을 연 1~2회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창업자뿐만 아니라 팀원들이 함께 모여 “지금의 브랜드는 고객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우리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가치와 일치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고, 피드백을 받는 구조다.
실제로 한 소셜벤처는 초기에 “같이 사는 사회”라는 감성 중심 슬로건을 사용하다가, 창업자 간 의견 충돌과 시장 반응을 분석한 후 “삶의 균형을 만드는 경제”라는 구체적인 메시지로 슬로건을 바꿨다. 이후 브랜드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고, B2B 파트너와의 협업도 훨씬 수월해졌다. 이 사례처럼, 창업자 간의 충돌은 때때로 브랜드를 ‘덜 추상적이고, 더 실용적인’ 구조로 진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브랜딩은 감각이 아닌 설계다. 그리고 그 설계의 중심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합의, 정리, 조율, 존중이 있다. 소셜벤처가 ‘브랜드’라는 언어를 제대로 사용하는 순간, 조직은 갈등을 발판 삼아 더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다.